엔화 강세에 꺾인 일본 여행 열기, 한국인의 해외여행 트렌드는 어디로?
지난 2년간 일본 여행은 말 그대로 '대세'였습니다. 환율이 850~910원대에 머무르며 '엔저' 효과를 톡톡히 본 덕분에 수많은 한국인들이 일본으로 발길을 옮겼죠. 실제로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 수는 약 882만 명,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엔화 환율이 다시 강세로 돌아서면서 이 흐름에 제동이 걸리고 있습니다. 4월 9일 기준 엔화 환율은 1,021.66원, 이는 2022년 3월 이후 최고치인데요. 심리적 마지노선인 '천 원대'를 돌파하며 여행객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습니다.
1. 5월 황금연휴, 일본 여행 수요 급감
여행 수요 변화는 숫자에서 확실히 드러납니다. 교원투어에 따르면, 5월 초 황금연휴(5.1~6 출발 기준) 일본 여행 예약은 전년 대비 무려 45% 감소했는데요. 전체 해외여행 예약 중 일본이 차지하는 비중도 작년보다 3.8% 줄었습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인기 순위 3위를 지켰던 일본은 올해는 5위로 밀려났습니다.
2024년 황금연휴 해외여행 예약 순위 (교원투어 기준)
- 베트남 (18.7%)
- 유럽 (17.2%)
- 태국 (14.4%)
- 중국 (11.7%)
- 일본 (9.3%)
작년엔 베트남, 유럽, 일본 순이었던 걸 감안하면, 일본의 하락세가 꽤나 뚜렷하죠.
2. 항공권 가격도 1.6배↑, 여행 경비 부담 가중
환율만 오른 게 아닙니다. 항공권 가격도 크게 올랐어요. 네이버 항공 기준으로, 4월 18일 출발~20일 귀국(2박 3일)의 오사카 왕복 항공권 가격은 약 36만 6천 원, 도쿄는 39만 2천 원 수준. 이는 최근 2주간 평균보다 각각 58%, 44% 비싼 가격입니다.
여기에 일본 각 지자체는 '오버투어리즘(과잉관광)' 해소를 위해 숙박세와 입장료 인상까지 단행하고 있습니다. 오사카의 경우, 숙박요금이 1인 1박 기준 2만 엔 이상일 경우 500엔의 추가 세금이 붙습니다. 일본 여행의 매력 포인트였던 ‘합리적인 비용’이 이제는 점점 옅어지고 있는 셈이죠.
3. 일본 대신 어디로? 새롭게 뜨는 해외 여행지들
하나투어의 예약 현황을 봐도, 다른 해외 지역은 대부분 전년 대비 비슷하거나 오히려 증가한 반면, 일본은 약 5% 감소했습니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선택한 대체 여행지는 어디일까요?
- 베트남: 여전히 압도적 1위. 상대적으로 저렴한 물가와 다양한 액티비티, 음식 문화가 인기 요인.
- 유럽: 환율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작년보다 예약률은 증가. 자유여행, 허니문 수요로 꾸준한 인기.
- 태국: 물가 대비 만족도 높은 여행지로 부상. 방콕, 푸켓, 치앙마이 등 다양한 지역 선택 가능.
- 중국: 최근 다시 열리기 시작하면서 예약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
4. 일본 여행, 다시 엔저가 올 때까지?
올봄 벚꽃 시즌만 해도 일본 예약 비중이 23.5%로 가장 높았습니다. 그러나 엔화가 강세로 돌아서면서 일본은 더 이상 ‘가성비 여행지’가 아니게 되었죠.
여기에 골든위크 기간 겹침, 세금 인상 등 복합 요인이 겹치며 일본 여행 수요가 급속히 꺾인 모습입니다.
일본을 사랑하는 이들에겐 아쉬운 소식이지만, 그만큼 해외여행 트렌드가 더욱 다채로워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겠죠. 환율과 물가에 따라 여행지 선택은 앞으로도 계속 유동적일 텐데요, ‘가성비 좋은 여행’이 여전히 중요한 키워드인 만큼, 다음 목적지는 어디가 될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